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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과 이야기, 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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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6 마법은 없다. 그런 힘이 있다면 이틀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휘도 일어난 일을 알게 되었겠지.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홀가분할 수도 있겠지.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고구려로 향했을까? 표면상의 이유야 무엇이든 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벚꽃 내리던 서라벌에서 우리 모두 아버지의 집에 있는 자그마한 정원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의 속내를 숨기고 벚꽃이나 승마나 마음에 떠오르는 무슨 이야기든 웃음 속에서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입장이 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바람이겠지만 우리는 친구였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어린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어린 나의 기억은 영원하다. 기.. 2024. 1. 4.
석탑5 "나는...... 사람을 죽였어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실수였지만...... 내 몸 하나 지키는 것에만 집중해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 아무도 다치지도 죽지도 않고 그 당시를 모면할 어떤 방법이 있었겠지만 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무서웠다. 분노가 뒤따랐고 칼을 빼들었다. '아가씨 칼은 무겁진 않지만 날카롭습니다. 전투에서는 남자들에게 이기기 어렵겠지만 대련을 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위력적인 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은 실전에서 아가씨가 칼을 잡지 않아도 되는 것이겠지요. 무천이 충분히 아가씨를 호위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믿으세요.' 무오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표정을 지었었나? 나는 무천까지 .. 2023. 12. 28.
석탑4 무천은 어떻게 되었을까? 잠결에 본모습은 거칠고 메마른 관목과 키 큰 풀들 사이에서 분노와 자책으로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나는 되도록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선택을 하면 된다. 내가 지친 걸까? 내게 남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할 걸까? 아직 꿈인 건가? 난 어릴 때부터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자주 꾸었다. 아름다운 집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거대한 부처님이 멀지만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지는 꿈을 꾸었다. 그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절에 다녀오셨다. 아직 내가 꿈속에 있다면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시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저분은 내 앞날의 어떤 징조를 나타내는 걸까? "약리학 시험이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리 외우려 해도 외워지지 않았어요. 밤을 새우고 아침.. 2023. 12. 27.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참 식상한 주제이지만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에 관해 생각하다 보면 어릴 때 생각이 떠오른다. 이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실존하고 나머지는 그저 상상이라는 생각. 이 시간 속의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시간과 공간을 점하고 있다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존재의 목적은 있을까? 우연하게도 우주의 티끌들이 이 장소에서 나를 구성하고 잠시 시공간을 채우다 티끌이 되는 것이 존재의 궁극적인 지향점인가? 이기적 이게도 나는 내 인생에 고상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삶의 이유라든지 아니면 사명 같은 거. 나 자신의 내면만을 들여다보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라는 존재의 특이성에만 집중했다. 나의 자아를 사랑했다.. 2023. 12. 27.